요즘 매일 피곤하다.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은 공상으로 가득 차버린다.
뭔가 명확해지기 전까지 그 공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항상 그랬다.
무언가에 몰두하다 보면, 생각이 쉽게 정리되지 않고 침대까지 따라온다.
그쯤 되면 더 이상 계획도 상상도 아니고, 그저 공상일 뿐이다.
아침이 되면 결국 잊히겠지만, 잠들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머릿속을 떠돈다.

공상 속 나의 공간은 늘 넓고 쾌적하다.
핀터레스트에서 저장해둔, 마음에 들었던 공간들이 떠오르고,
그곳엔 스테인리스로 만든 커피바가 길게 놓여 있다.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손님도 적당히 있어 지나치게 붐비지 않는다.
나와 수경은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일을 한다.
우리는 커피콩을 볶고, 커피를 내리며 손님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 모습은 분명 매력적이지만, 결국 공상이다.
넓고 쾌적하고 여유로우면서도 돈이 벌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다르다.
바 안쪽은 언제나 혼잡하고, 늘 문제가 생긴다.
손님들은 불만을 늘어놓고,
멋진 풍경이 보이는 곳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적당한 손님들만으로는 유지하기 힘들다.
손님들과의 대화도 대개 주문에 관한 것뿐이다.

공상은 늘 현실을 조금씩 포장한다.
현실에서도 공상조차 냉정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머릿속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그래서 공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공상조차 나를 괴롭힌다. 그래서 더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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