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2013.12-2024.11
과장
김종수
11년의 회사 생활을 정리하는 일은 생각만큼 신나는 일만은 아니다.
좋든 싫든, 내 30대 전부를 함께한 곳이다.
그만큼 많은 추억이 있다.
첫 출근.
12월의 추운 날씨와 케케묵은 등유 난로의 냄새, 어색함 속에서 건넸던 첫 인사.
그 공기가 지금도 기억난다.
그 시작을 함께했던 상사들은 모두 먼저 떠났지만, 그렇게 그들과 시작을 했었다.
용이.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고 또래였기에 더 가까웠다.
서로 힘이 되어 주었고, 힘든 날에는 욕도 하고, 술도 한잔하며 힘듦를 견뎠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지만, 행복하기를 바란다.
덕분에 나도 힘을 낼 수 있었다.
매너리즘.
반복되는 일상과 업무는 익숙해지게 하지만, 동시에 지독한 권태를 부른다.
물론 그 안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터널의 중간은 늘 지겨웠다.
그래도 결국은 극복된다.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노력만 한다면.
2024년의 나는 2013년의 나보다 분명 성장했다.
그간의 경험이 거름이 되어 지금의 내가 되었고, 과정에서 얻은 것들은 앞으로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11년의 회사 생활은 이렇게 끝이 난다.
미우나 고우나, 이곳은 나의 회사였고, 소속감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바라는 건, 이 회사가 앞으로도 성장하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은 동료들이 힘들지 않게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