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삶을 위해 노동은 필수적이다. 돈을 벌어야 먹고, 쉴 수 있으며, 최소한의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커다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존재를 이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노동은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에 바치고, 남은 시간은 그저 다음 날의 노동을 견딜 힘을 얻기 위해 휴식한다. 단순히 시간을 할애하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의 정체성도 조금씩 희생된다. 각자는 저마다의 색을 지니고 있지만, 조직의 일원이 되어가며 그 색은 점차 조직의 색으로 변해간다. 이는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결국 개인의 특색이 퇴색되는 희생임에는 분명하다.

어쩌면 월급은 바로 그 희생에 대한 대가일 것이다. 우리의 희생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전쟁터에서 누군가의 목숨을 걸고 전우를 지키는 것처럼, 우리는 노동을 통해 삶의 한 조각을 바치고, 그 대가로 가족을 부양하며, 사회에 기여한다.

그런 희생을 더욱 값지게 만들고 싶다. 내가 바치는 시간과 에너지가 허망하게 흩어져 사라지는 파도가 아니라,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강물처럼 의미를 갖고 흐르기를 바란다. 노동의 목적이 단순히 돈이 아닌, 그 자체가 나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싶은 것이다.

설령 그것이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삶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나의 희생이 헛되지 않다면, 나는 기꺼이 그 굴레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노동이 단순히 생존을 넘어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된다면, 무한한 고단함 속에서도 묵묵히 그 길을 걸을 수 있다.